창업아이템2026. 08. 15.

창업 아이템 추천: 엑셀 지옥에서 건진 SaaS 아이디어 4

소울|2026. 08. 15.

좋은 창업 아이템은 상상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누군가 이미 돈을 쓰고 있는 자리에서 나옵니다.

요즘 시장을 들여다보다 재밌는 패턴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회사들이 개발자에게 돈을 주고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들 중 상당수가, 사실은 그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똑같은 고통을 겪는 회사가 전국에 수백 곳씩 있는데, 각자 따로따로 100만원, 1000만원씩 내고 자기만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여러 회사가 같은 문제를 각자 돈 내고 해결하고 있다면, 그건 제품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 틈을 정리해봤습니다. 오늘 소개할 네 가지는 전부 이미 지갑을 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확인된 아이템입니다.

1. 시스템과 시스템 사이, '엑셀 다리'를 놓아주는 SaaS

제약회사 출고 담당자가 있습니다. ERP에서 출고 품목과 수량을 엑셀로 뽑습니다. 그리고 물류사 시스템에 하나씩 손으로 다시 칩니다. 물류사 시스템에도 엑셀 업로드 기능이 있는데, 양식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요.

이게 웃긴 이유는, 양쪽 다 엑셀을 쓴다는 겁니다. 문제는 A의 엑셀과 B의 엑셀이 서로를 모른다는 것뿐이죠. 사이에 다리 하나만 놓으면 끝나는 일에 사람이 하루를 씁니다.

왜 이게 제품이 되는가

이 상황은 물류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ERP에서 세무 프로그램으로, 쇼핑몰 주문서에서 택배사 양식으로, 병원 시스템에서 보험 청구 양식으로. 양식이 다른 두 시스템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손으로 옮겨 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 매핑 에디터: 원본 엑셀을 올리면 열을 자동 인식하고, 목적지 양식의 어느 칸에 넣을지 화면에서 끌어다 연결합니다. 한 번 만든 매핑은 저장해두고 매일 재사용.
  • 조건부 변환 규칙: "낱개면 제품명+수량, 박스면 제품명만" 같은 분기를 코드 없이 규칙으로 설정. 실무 양식엔 이런 예외가 반드시 있습니다.
  • 검증 레이어 — 여기가 진짜 핵심입니다: 피벗에서 뽑은 표는 머리글이 2행에 있고, 마지막 줄에 '전체 합계'가 붙어 있습니다. 이걸 그대로 변환하면 '전체 합계'라는 이름의 제품이 650개 주문됩니다. 그런데 에러가 안 납니다. 파일도 만들어지고, 업로드도 되고, 송장까지 나옵니다. 잘못된 걸 아는 시점은 물건이 이미 나간 뒤예요.

그래서 이 제품의 가치는 '변환'이 아니라 '조용히 틀리는 걸 막는 것'입니다. 합계 행을 걸러내고, 걸러낸 뒤의 합이 원래 합계와 맞는지 대조하고, 필수값이 빈 채로 넘어가면 멈춥니다. 경쟁 제품들이 변환 속도를 자랑할 때 정확성을 보증하면 이깁니다.

돈은 어떻게 버는가

매핑 개수 기준 구독이 깔끔합니다. 3개까지 무료, 그 이상은 월 3~5만원. 업로드 건수 기준 종량 요금을 얹고, 대량 고객에겐 API와 자동 실행(폴더 감시, 메일 첨부 자동 처리)을 상위 플랜으로. 산업별 양식 템플릿을 쌓아두면 그 자체가 해자가 됩니다.

2. 사람이 지도 보고 판단하던 걸 대신하는 '자동 배정 엔진'

담당자가 매일 이 일을 합니다. 기업 주소를 지도에서 검색하고, 가까운 전문가를 눈으로 고르고, 시스템에 입력합니다. 그리고 누구에게 일이 몰렸는지는 별도 엑셀로 관리합니다.

여기서 진짜 어려운 지점은 거리 계산이 아닙니다. 거리와 공평함이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것입니다. 가까운 순으로만 배정하면 특정 지역 사람에게 물량이 쏠리고, 건수를 똑같이 나누면 이동 거리가 엉망이 됩니다.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아서, 실제 데이터로 돌려보며 조정해야 합니다.

왜 이게 제품이 되는가

이 구조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방문 요양, A/S 기사 배차, 설비 점검, 과외 매칭, 컨설턴트 파견, 심사위원 배정. 전부 "가까운 사람에게, 그런데 공평하게"라는 같은 문제를 풉니다. 그리고 대부분 담당자 머릿속과 엑셀로 굴러갑니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 주소 정제가 8할: 도로명과 지번이 섞여 있고, 구주소가 남아 있고, 오타와 누락이 있습니다. 지오코딩 실패 건을 모아 담당자가 고칠 수 있는 화면을 반드시 넣으세요. 여기서 무너지면 나머지가 무의미합니다.
  • 가중치 슬라이더: 거리 우선 ↔ 균등 우선을 화면에서 조절하고, 바꿨을 때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즉시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규칙을 코드에 박지 말고 고객이 만지게 하세요.
  • 묶음 배정: 가까운 건 2~3개를 한 사람에게 묶어주는 기능. 이동 시간이 실제로 줄어드는 지점입니다.
  • 판단 근거 로그: 왜 이 사람에게 갔는지(거리 몇 km, 현재 배정 몇 건)를 남깁니다. 자동 배정에 대한 내부 반발을 잠재우는 건 성능이 아니라 설명입니다.
  • 동시성 처리: 여러 건이 동시에 들어와도 중복 배정이 안 나게 DB 수준에서 막습니다.

돈은 어떻게 버는가

배정 건수 종량제 + 기본료. 화면 없이 API만 파는 형태가 초기 진입에 유리합니다. 이미 시스템을 가진 회사가 대부분이라, 전체를 갈아엎으라 하면 안 사지만 "판단만 맡기라"고 하면 삽니다. 나중에 배정 현황 대시보드와 알림 발송을 상위 플랜으로 붙이세요.

3. 크레딧·구독 결제의 '예외 상황'만 전담하는 빌링 엔진

결제 연동 자체는 이제 어렵지 않습니다. PG사 문서 보고 며칠이면 붙습니다. 진짜 지옥은 그 다음입니다.

크레딧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충전해야 하는데, 그 결제가 실패하면? 미수금이 쌓이면 계정을 언제 막고, 언제 다시 열어주나? 환불이 들어오면 이미 쓴 크레딧은 어떻게 차감하나? 웹훅이 두 번 오면? 사용자가 결제 버튼을 두 번 누르면?

실제로 어떤 회사는 이 '정책 설계'만 따로 떼어 외부에 의뢰합니다. 코드가 아니라 플로우 차트와 정책 정의서를 사는 거예요. 그만큼 어렵고, 그만큼 반복됩니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 크레딧 원장: 잔액을 숫자 하나로 들고 있지 마세요. 충전·차감·환불·조정을 전부 이벤트로 쌓고 잔액은 계산해냅니다. 분쟁이 생겼을 때 되짚을 수 있는 유일한 구조입니다.
  • 멱등성 기본 탑재: 웹훅 중복 수신, 더블 클릭, 재시도. 같은 요청이 두 번 와도 한 번만 반영되게 하는 걸 옵션이 아니라 기본으로.
  • 임계치 자동 충전: 잔액이 기준 밑으로 떨어지면 빌링키로 자동 결제. 실패 시 재시도 간격과 횟수, 알림, 그리고 최종 차단까지가 한 세트.
  • 연체 상태 머신: 정상 → 경고 → 기능 제한 → 차단 → 상환 후 복구. 각 단계 전환 조건과 알림을 화면에서 설정하게 만드는 게 제품화의 핵심입니다.
  • 수동 개입 콘솔: 환불, 크레딧 조정, 차단 해제를 운영자가 직접 하고 그 이력이 남는 화면. 완전 자동화는 환상입니다.

돈은 어떻게 버는가

결제 취급액의 소액 수수료 또는 관리 계정 수 기준 구독. 타깃은 명확합니다. B2B SaaS를 막 시작한 팀. 이들은 결제 정책 설계에 몇 주를 태울 여유가 없고, 잘못 만들면 돈이 새는 걸 압니다. "결제는 붙였는데 미수금 처리를 못 만들었다"는 상태의 팀이 지금도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4. 민감정보를 다루는 '기록형 헬스케어' 플랫폼

희귀질환 환자와 보호자는 매일 기록합니다. 발작 횟수, 복약, 컨디션, 실행기능 변화. 그런데 그걸 담을 도구가 없어서 수첩과 메모장에 씁니다. 의료진은 진료실에서 그 수첩을 넘겨보며 흐름을 파악합니다.

이걸 앱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계속 있는데, 대부분 같은 벽에 부딪힙니다. 민감 의료정보라는 벽입니다. 일반정보·개인정보·의료정보를 분리해서 저장해야 하고, 동의서를 항목별로 따로 받아야 하고, 법률 자문 결과에 따라 요건이 또 바뀝니다. 앱 만드는 것보다 법을 통과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기가 기회입니다

진입 장벽이 높다는 건, 넘고 나면 뒤따라오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특정 질환 하나가 아니라 '환자 보고 결과(PRO) 수집 플랫폼'으로 일반화하세요.

  • 설문 빌더: 질환별 기록 항목이 다릅니다. 체크박스, 드롭다운, 점수 척도를 조합해 연구자가 직접 기록 양식을 만들게 합니다. 질환이 늘어날 때마다 개발하는 구조면 확장이 안 됩니다.
  • 3계층 DB 분리: 식별정보, 일반정보, 의료정보를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키로만 연결. 이 구조를 미리 만들어두면 신규 고객마다 처음부터 설계할 필요가 없습니다.
  • 동의서 버전 관리: 카테고리별 동의를 따로 받고, 동의서가 개정되면 재동의를 받되 이전 버전 동의 이력도 보존합니다.
  • PWA로 시작: 앱스토어 심사 없이 배포하고, 홈 화면에 추가하면 앱처럼 씁니다. 매일 기록해야 하는 서비스에서 설치 마찰은 치명적입니다.
  • 의료진용 시계열 대시보드: 낱개 기록이 아니라 흐름을 보여주는 화면. 발작 빈도와 복약 변경 시점을 겹쳐 그리는 것만으로도 진료실에서 가치가 증명됩니다.

돈은 어떻게 버는가

환자에게 받지 마세요. 돈은 다른 쪽에 있습니다. 제약사(임상 후 실사용 데이터 수집), 환자단체(회원 관리와 연구 협력), 병원 연구팀(코호트 추적). 질환별 인스턴스 구축비 + 월 운영비 구조가 현실적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렇게 쌓인 종단 데이터 자체가 시간이 갈수록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 됩니다.

정리하며 — 아이템을 고르는 기준

네 가지를 다시 보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 이미 돈이 쓰이고 있다: 아무도 안 사는 걸 만드는 위험이 없습니다.
  • 여러 곳에서 같은 문제를 겪는다: 한 회사 전용이면 외주지만, 열 곳이 같으면 제품입니다.
  • 어려운 부분이 '기능'이 아니라 '예외 처리'다: 그래서 대충 만든 경쟁자가 못 따라옵니다.

마지막이 특히 중요합니다. 양식 변환기는 하루면 만들지만 조용히 틀리는 걸 막는 검증은 어렵습니다. 결제 연동은 며칠이면 되지만 미수금 상태 머신은 어렵습니다. 진입 장벽은 화려한 기능이 아니라 지루한 예외 처리에서 나옵니다.

오늘 소개한 넷 중 하나라도 눈에 들어왔다면, 거창한 기획서부터 쓰지 마세요. 그 문제를 겪고 있는 회사 다섯 곳에 전화를 돌리는 게 먼저입니다. 다섯 곳 중 세 곳이 같은 말을 하면, 그때 만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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