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영업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재미있는 패턴이 하나 보인다. 사람들이 화내거나 답답해하는 지점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것. 그리고 그 답답함은 대부분 '누가 이거 앱으로 좀 만들어주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순간들이다. 오늘은 실제로 사장님들이 올린 글에서 건져낸, 개발자 혼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창업 아이템 추천 세 가지를 풀어본다.
1. 배달앱 정산, 도대체 몇 건인지 헷갈리는 문제
한 사장님이 이런 글을 올렸다. 배민 마감 정산을 하다가 한집배달, 알뜰배달, 가게배달, 한그릇이 각각 따로 집계되니까 오늘 총 몇 건이 나간 건지 헷갈린다는 것.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매일 마감할 때마다 이 계산을 손으로 하고 있다면 꽤 피곤한 루틴이다.
배달앱이 하나가 아니라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까지 겹치는 가게라면 문제는 더 커진다. 정산 화면 구조가 앱마다 다르고, 채널마다 수수료율도 제각각이라 '오늘 진짜 순이익이 얼마 남았나'를 한눈에 보기가 힘들다.
이렇게 만들면 된다
사장님이 각 배달앱 정산 화면을 캡처하거나 정산 내역 파일을 내려받아 업로드하면, 채널별 건수·매출·수수료를 자동으로 표로 정리해주는 웹앱이면 충분하다. 처음엔 수기 입력이나 파일 업로드부터 시작하고, 반응이 좋으면 OCR로 캡처 이미지를 바로 인식하는 기능을 붙이면 된다. 복잡한 오픈 API 연동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구조라 혼자 만들기에 딱 좋다.
누구에게 팔까: 배달앱 2개 이상 동시에 쓰는 요식업 사장님. 수익 모델: 월 구독형 프리미엄(무료는 하루 1회 정리, 유료는 주간·월간 리포트와 채널별 순이익 그래프 제공) 조합이면 진입장벽 없이 유료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
2. 쉬는 날에도 포스기 앱 켜서 매출 확인하는 습관
"쉬는 날에도 포스기 앱으로 매출 확인하느라 쉬질 못하는 거 다들 그러시죠?" 이 한 줄에 공감하는 사장님이 한둘이 아닐 거다. 가게를 안 나가는 날에도 손이 자동으로 앱을 켜고, 숫자를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이는 이 패턴은 일종의 매출 강박이다. 문제는 이게 정신적으로도 안 좋고, 정작 쉬어야 할 때 못 쉬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렇게 만들면 된다
포스기 앱을 계속 들여다보는 대신, 정해진 시간(예: 마감 후 저녁 9시)에 하루 매출 요약을 카카오톡이나 푸시 알림으로 딱 한 번만 보내주는 서비스를 만들면 된다. 핵심은 '확인을 막는' 게 아니라 '확인 횟수를 하나로 모아주는 것'이다. 실시간 매출 대신 요약 알림 하나로 대체되면, 하루에 열 번씩 앱을 켜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여러 포스기 업체의 매출 데이터를 사장님이 직접 캡처·업로드하거나 엑셀로 내려받아 넣는 구조로 시작하면 특정 포스기 회사와 제휴 없이도 만들 수 있다.
누구에게 팔까: 매장을 비우는 날에도 매출이 신경 쓰이는 요식업·소매업 사장님. 수익 모델: 기본 요약 알림은 무료로 풀고, 주간 비교 리포트·목표 대비 달성률 알림 같은 기능은 월 구독으로 붙이면 자연스럽다.
3. 사업자 등록하자마자 걸려오는 광고 사기 전화
세 번째는 좀 더 씁쓸한 이야기다. 신규 사업자로 등록한 바로 다음 날, 네이버 공식 기관을 사칭한 번호로 전화가 와 플레이스 광고 명목으로 79만 2천 원을 결제하게 만들고, 환불 요청에는 되레 화를 내며 잠적한 사례가 올라왔다. 글쓴이는
신규 사업자 등록 정보를 보고 교묘하게 네이버인 척 접근해서 당일 환불조차 거부하는 전형적인 대행사 수법에 당한 것 같습니다라고 적었다. 사업자 등록 정보가 어떤 경로로든 새어나가 사기 영업 타깃이 되는 건 새로 시작하는 사장님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위험이다.
이렇게 만들면 된다
사장님들이 스팸·사기 의심 전화번호를 직접 신고하고, 다른 사장님이 그 번호로 전화가 왔을 때 미리 경고를 받을 수 있는 크라우드소싱형 번호 조회 앱을 만들면 된다. 신규 사업자 대상 광고 사기는 패턴이 비슷하기 때문에(등록 직후 접근, 네이버·정부기관 사칭, 당일 환불 거부 등) 신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가 올라간다. 통신사나 정부 API 없이도 사용자 신고 기반으로 시작할 수 있고, 커뮤니티에 이미 올라온 피해 사례들을 초기 데이터로 삼아 출발하면 된다.
누구에게 팔까: 사업자 등록 직후 정체불명의 번호로 전화를 자주 받는 신규 창업자. 수익 모델: 조회·신고 기능은 무료로 열어 사용자 데이터베이스를 키우고, 신규 사업자 대상 '위험 번호 실시간 경보' 알림 같은 프리미엄 기능을 유료화하면 자연스러운 확장이 가능하다.
결국 아이템은 하소연 속에 있다
세 가지 모두 거창한 기술이 필요한 아이템이 아니다. 사람들이 매일 반복해서 겪는 불편을 잘 관찰하고, 가볍게라도 먼저 만들어서 반응을 보는 게 먼저다. 오늘 정리한 아이템 중 하나라도 마음에 걸린다면, 일단 랜딩페이지 하나 만들어서 대기자 명단부터 받아보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