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기저기서 비슷한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엑셀로 관리하다 데이터가 날아갔어요", "이메일로 받은 정보를 일일이 손으로 옮기고 있어요", "이런 거 하나 만들어줄 사람 없나요" 같은 말들. 재미있는 건 이런 불편함이 딱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업종만 다를 뿐 구조는 똑같은 경우가 정말 많다. 바로 이 지점이 창업 아이템의 출발점이다. 오늘은 최근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포착된 문제 네 가지를 스타트업 아이템으로 바꿔봤다.
1. 프랜차이즈 본사의 "엑셀 지옥"을 끝내는 정보 관리 SaaS
어느 프랜차이즈 본사 이야기를 들었다. 가맹점 매출, 식자재 발주량, 계약 조건 같은 걸 아직도 이메일과 이미지 파일로 받아서 손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담당자 한 명이 이걸 취합하느라 하루를 다 쓴다는데, 신기하게도 이런 본사가 한둘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산업 자체가 워낙 파편화돼 있어서 가맹점-본사 간 데이터가 표준화된 시스템 없이 오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여기서 나올 수 있는 아이템은 중소 프랜차이즈 전용 가맹점 정보·발주 통합 관리 플랫폼이다.
- 핵심 기능: 가맹점이 웹에서 매장 정보·재고·발주 요청을 직접 입력하면 본사는 대시보드에서 통합 조회하고 엑셀로 바로 뽑아 쓰는 구조. 여기에 매장별 발주 패턴을 분석해 재고 이상 신호를 잡아주는 기능만 얹어도 충분히 차별화된다.
- 누구에게 팔까: 자체 IT팀이 없는 중소형 프랜차이즈 본사. 국내에만 수천 개 브랜드가 있고, 이들 대부분이 여전히 수기 관리에 머물러 있다.
- 돈은 어떻게 버나: 가맹점 수 기준 월 구독료(SaaS 모델)가 가장 깔끔하다. 브랜드당 월 20~50만원 선이면 본사 입장에서도 담당자 인건비보다 훨씬 싸다.
왜 지금이 타이밍인가
대형 프랜차이즈는 이미 자체 ERP를 갖췄지만, 매장 100개 미만 브랜드는 여전히 사각지대다. 이 허리 시장을 노리면 경쟁자가 의외로 적다.
2. 브랜드 스토리를 대신 써주는 AI 콘텐츠 자동생성 SaaS
전통 공예품을 파는 한 브랜드가 제품 200종에 대한 스토리와 사진을 일일이 만드느라 마케팅 인력이 갈려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품마다 매력적인 카피와 연출 이미지를 손으로 만드는 건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이건 특정 브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SKU가 많은 소규모 브랜드 전체의 공통 고민이다. 수제 비누, 공방 굿즈, 로컬 식품 브랜드까지 다 같은 처지에 있다.
- 핵심 기능: 제품 사진과 기본 정보만 넣으면 브랜드 톤에 맞춘 카피(다국어 포함)와 합성 이미지를 자동 생성. 벡터DB에 브랜드 스토리를 쌓아두고 RAG로 일관된 톤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 누구에게 팔까: SKU 50개 이상인데 전담 마케터가 없는 소규모 이커머스·공방 브랜드.
- 돈은 어떻게 버나: 생성 건수 기반 크레딧 과금 + 월 구독 하이브리드. 이미지 1건, 카피 1건마다 원가 대비 마진을 남기는 구조가 확장성이 좋다.
콘텐츠 제작은 브랜드마다 다르게 필요하지만, 만드는 방식(스토리 쌓기→검증→생성)은 놀랍도록 똑같다.
3. 인플루언서를 위한 화이트라벨 필터 앱 빌더
팔로워 50만 명대 인플루언서가 자기 보정 필터를 팬들에게 구독 형태로 팔고 싶어서 앱을 통째로 새로 만들려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이 니즈, 사실 이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팔로워 몇만 명만 넘어도 "내 필터 앱 만들고 싶다"는 크리에이터는 널려 있다. 문제는 매번 처음부터 이미지 처리 엔진과 결제 시스템을 새로 짜려니 개발비가 억 단위로 뛴다는 점이다.
- 핵심 기능: 필터 엔진(LUT 매핑, 셰이더 파이프라인)과 인앱 구독 결제·영수증 검증 백엔드를 한 번만 만들어두고, 인플루언서마다 자기 필터 세트와 브랜딩만 얹어 앱을 찍어내는 구조. 관리자 페이지에서 필터 업로드만 하면 끝나야 한다.
- 누구에게 팔까: 팔로워 10만 이상, 자기 콘텐츠를 상품화하고 싶은데 개발 리소스는 없는 크리에이터·소속사.
- 돈은 어떻게 버나: 초기 셋업비 + 구독 매출의 일정 비율(레브셰어). 크리에이터가 잘 팔수록 같이 버는 구조라 영업하기도 쉽다.
4. 실수로 지워지지 않는 데이터, 안전한 대량 업데이트 미들웨어
지식재산권 관련 업무를 하는 회사가 엑셀로 대량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기존 첨부파일이나 이미지가 날아가는 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레거시 시스템을 쓰는 회사일수록 이런 "덮어쓰기 공포"는 흔하다. 법률·회계·설계사무소처럼 서류 기반 업무가 많은 전문 서비스 업종은 특히 더하다.
- 핵심 기능: 엑셀 업로드 전 변경 전후 데이터를 비교해서 보여주는 미리보기, 첨부파일·이미지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 부분 업데이트 로직, 그리고 클라우드와 사내 저장소를 자동으로 동기화해주는 파이프라인.
- 누구에게 팔까: 레거시 웹사이트를 오래 써온 법률·회계·설계 등 전문 서비스 기업.
- 돈은 어떻게 버나: 기존 시스템에 얹는 애드온 형태라 초기 구축비 + 월 유지보수 구독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 수 있다.
결국 관찰이 답이다
네 가지 아이템의 공통점은 하나다. 누군가의 반복되는 불편함을 일반화했을 뿐이라는 것.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이미 존재하는 방식들을 조합해서 특정 시장의 고통 지점에 딱 맞춰 넣은 것뿐이다. 창업 아이템은 멀리 있지 않다. 오늘도 어디선가 누군가 겪고 있는 그 불편함이 다음 아이템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