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창업 아이템 추천 글을 보면 죄다 비슷비슷하다. "1인 지식창업 하세요", "콘텐츠로 돈 버세요" 같은 뻔한 얘기 말고, 실제로 시장에서 돈을 주고서라도 해결하고 싶어하는 문제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최근 며칠 동안 여러 회사들이 올린 외부 개발 의뢰 글들을 쭉 훑어봤다. 재밌는 건, 이 요청서들 하나하나가 사실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데 우리 회사만 이런 게 아닐 거다"라는 신호였다는 점이다.
한 회사가 돈을 내고 풀고 싶어하는 문제라면, 같은 업종의 다른 백 곳, 천 곳도 똑같이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지점을 프로그램화하면 SaaS 아이디어가 된다. 오늘은 그렇게 건진 창업아이템 아이디어 4가지를 소개한다.
1. 라이브커머스 "회차별 성과 리포트" 자동화
네이버 쇼핑라이브 방송을 대행해주는 회사들이 의외로 골머리를 앓는 지점이 있다. 방송이 끝나면 성과가 관리툴 화면에만 남고, 회차 단위로 쌓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주 방송이랑 이번 주 방송을 비교하고 싶어도 담당자가 일일이 화면을 캡처해서 엑셀에 옮겨 적어야 한다. 심지어 네이버는 공식 API도 안 열어준다.
대행사는 보통 동시에 수십 개 브랜드의 방송을 돌린다. 방송마다 매출, 채팅 질문, 소재 정보를 모아 브랜드사에 리포트를 보내야 하는데 이걸 사람이 손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 핵심 기능: 스토어별 계정으로 관리툴에 접속해 회차 단위 데이터를 자동 수집하고, 직전 회차 대비 비교 리포트를 만들어 이메일로 발송
- 기술 접근: 헤드리스 브라우저로 화면을 정기 수집하고, 화면 구조가 바뀌어도 버티는 파서를 만드는 게 핵심 난이도다. 여기서 기술 해자가 생긴다
- 타깃: 라이브커머스 대행사,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MCN, 자사몰에서 라이브를 직접 돌리는 중견 커머스사
- 수익모델: 브랜드 수·회차 수 기준 구독제. 대행사 1곳이 브랜드 20~30개를 돌린다면 월 50만원대 구독으로도 충분히 지불 의사가 생긴다
왜 지금인가
라이브커머스는 이미 레드오션이라 불리지만, 정작 운영을 도와주는 백오피스 툴은 거의 없다. 다들 콘텐츠와 마케팅에만 집중하지 리포팅 자동화는 손을 안 댄 영역이다.
2. 사내 LLM 사용량·비용 관리 SaaS
요즘 회사마다 Gemini, OpenAI, Claude API를 이것저것 끌어다 쓰는데, 팀별로 키를 따로 발급받아 쓰다 보니 어느 순간 청구서가 폭탄으로 돌아온다. 한 회사는 이걸 막으려고 LiteLLM 같은 오픈소스로 사내 게이트웨이를 직접 세우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API 키별로 일일·월간 예산 한도를 걸고, 한도를 넘으면 자동으로 차단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걸 회사마다 매번 직접 구축한다는 점이다. Docker, Redis, PostgreSQL 세팅부터 예산 로직까지 다 새로 짜야 한다.
- 핵심 기능: 멀티 LLM(OpenAI·Gemini·Claude 등) 통합 프록시, 키별·팀별 예산 한도와 자동 차단, 호출 로그와 비용 대시보드
- 기술 접근: LiteLLM·Langfuse 같은 검증된 오픈소스를 코어로 삼되, 멀티테넌트 구조로 다시 짜서 여러 회사가 하나의 서비스를 나눠 쓰게 만드는 게 관건이다
- 타깃: AI 기능을 붙이기 시작한 중소·중견기업의 IT팀, 여러 팀이 각자 API를 쓰는 스타트업
- 수익모델: 시트당 혹은 월 API 호출량 기준 구독. 기업 고객이라 단가를 높게 받을 수 있어 고객 30곳만 잡아도 월 천만원 수익구조가 그리 멀지 않다
경쟁 우위 포인트
오픈소스가 이미 있어서 "우리가 왜 필요해?"라는 질문을 받기 쉽다. 답은 명확하다. 셋업하고 유지보수할 인력이 없는 회사가 훨씬 많다는 것. 직접 구축 대신 그냥 붙여 쓰는 관리형 서비스로 포지셔닝하면 승산이 있다.
3. 부동산 서류 자동발급 API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을 건별로 손으로 발급받는 회사가 여전히 많다. 부동산 관리업체, 대출 심사, 법무 관련 업무를 하는 곳들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이런 서류를 뗀다. 주소만 넣으면 인터넷등기소·정부24에서 알아서 문서를 받아와 PDF로 저장하고, 필요한 항목(소유자, 근저당권 등)까지 구조화해서 뽑아주는 백엔드를 원하는 회사가 있었는데, 예산이 1,800만원이나 책정될 정도로 이 문제를 진지하게 보고 있었다.
- 핵심 기능: 주소 리스트만 넣으면 등기부등본·건축물대장을 자동 발급·저장, PDF 파싱으로 소유자·근저당권 정보까지 JSON화
- 기술 접근: 직접 자동화(RPA)와 틸코·코드에프 같은 B2B 문서발급 브로커 API를 이중으로 두는 구조가 현실적이다. 인증·캡차 정책은 수시로 바뀌니 브로커를 메인으로, 직접 자동화는 보완으로 쓰는 편이 안정적이다
- 타깃: 부동산 관리·중개 플랫폼, P2P 대출·핀테크사, 법무법인, 프롭테크 스타트업
- 수익모델: 건당 과금 + 월 API 호출량 기본료. 대량 발급이 필요한 고객일수록 단가 협상력이 커진다
4. 외국인 관광객 대상 짐배송·짐보관 예약 플랫폼
부산·김해 쪽에서 외국인 관광객 짐을 맡아주고 숙소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가 있었는데, 아직도 정적 홈페이지에 구글시트로 예약을 수기 관리하고 있었다. 30건 처리했다는데 이 정도 규모면 이미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을 지난 셈이다.
- 핵심 기능: 다국어 예약 폼, 거점 지도·거리 계산, 해외결제(PayPal 등), 제휴 거점용 현황판
- 기술 접근: 예약~정산까지 한 번에 도는 버티컬 SaaS로 만들되, 개별 업체가 자기 브랜드로 쓸 수 있게 화이트라벨 형태로 제공하면 확장이 쉽다
- 타깃: 관광지 짐보관·배송 스타트업, 게스트하우스·숙박업 연합, 지역 관광공사와 협업하는 소규모 여행 서비스
- 수익모델: 거래액 기반 수수료 + 기본 구독료. 인바운드 관광이 늘어나는 지역마다 같은 니즈가 반복된다는 게 강점이다
결국 관찰이 아이템을 만든다
이 4가지의 공통점은 하나다. 한 회사의 불편이 아니라 업종 전체의 불편이라는 것. 라이브커머스 대행사는 다 리포트 문제로 고생하고, AI를 쓰는 회사는 다 비용 관리로 골치 아프고, 서류를 자주 떼는 곳은 다 같은 반복 업무를 한다. 이 반복이 보이면 그게 창업 아이템이다.
물론 아이디어만으로 월 천만원 수익구조가 뚝딱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위 아이템들은 이미 특정 업종에서 예산을 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게 확인된 지점이다. 문제가 검증됐다는 건 창업에서 가장 어려운 관문 하나를 이미 통과했다는 뜻이다. 나머지는 얼마나 빨리, 얼마나 여러 고객에게 팔릴 수 있는 형태로 다듬어내느냐의 싸움이다.
지금 당장 완벽한 아이디어를 찾으려 하지 말고, 이번 주에 만난 사람들이 반복해서 투덜대는 업무 하나를 적어보자. 그게 다음 창업 아이템의 출발점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