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카페를 둘러보다가 눈에 밟히는 글 하나를 봤다. 배달전문점을 연 지 두 달 된 사장님이 올린 글이었다.
2개월째 배달전문점 운영중인데 재료비 원가율이 57%가 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선생님들
댓글이 안 달려도 이 한 줄에 얼마나 많은 사정이 담겨 있는지는 요식업 언저리를 조금만 알아도 짐작이 간다. 보통 원가율은 30% 안팎을 마지노선으로 잡는다. 그런데 57%라면 팔면 팔수록 남는 게 없거나, 오히려 마이너스가 나는 구조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 사장님이 특별히 장사를 못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메뉴 하나하나의 원가를 제대로 계산해본 적이 없는 소상공인이 훨씬 많다. 재료값은 오르는데 메뉴판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어느 순간 정산해보면 숫자가 이상한 걸 그제서야 깨닫는 식이다.
왜 아무도 이 계산을 안 할까
이유는 단순하다. 귀찮고, 번거롭고, 시간이 없어서다. 메뉴 하나에 들어가는 재료가 10가지라면 그 10가지 재료의 단가를 각각 찾아 곱하고 더해야 한다. 재료값이 바뀔 때마다 이걸 다시 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엑셀조차 안 쓰고 감으로 가격을 정한다. 회계 프로그램은 세금계산서나 매출 관리에는 강하지만 메뉴별 원가율까지 세세하게 잡아주는 경우는 드물다. 딱 이 틈새에 창업 아이템이 있다.
아이템 1. 메뉴별 원가율 계산기
거창한 ERP가 아니라, 사장님이 메뉴와 재료 목록만 넣으면 원가율과 적정 판매가를 바로 보여주는 가벼운 웹앱이면 충분하다.
- 메뉴마다 들어가는 재료와 사용량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원가와 원가율을 계산
- 재료 단가가 오르면 알아서 원가율이 다시 계산되고, 목표 원가율(예: 30%)을 넘으면 알림
- 배달앱 수수료·포장비까지 반영해 "진짜 남는 돈"을 보여주는 순이익 시뮬레이션
- 메뉴별 마진 랭킹을 보여줘서 어떤 메뉴를 밀고 어떤 메뉴를 뺄지 판단 근거 제공
이건 세무나 회계 자격증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다. 입력값을 곱하고 더하는 계산 로직과, 그걸 깔끔하게 보여주는 화면만 있으면 된다. 일반적인 웹/앱 개발 능력만으로 혼자 만들 수 있는 전형적인 예다. 재료 단가 데이터도 사장님이 직접 입력하게 하면 되니 외부 제휴나 공공데이터에 기댈 필요도 없다. 수익모델은 월 1만~3만원대 구독료, 혹은 메뉴 10개까지는 무료로 풀고 그 이상은 유료로 여는 프리미엄 방식이 무난하다. 타깃은 이제 막 배달전문점이나 소형 매장을 시작한 초기 창업자다. 개업 초기일수록 원가 감각이 부족하니 니즈가 가장 크다.
또 하나, 발주 때문에 골치 아픈 사장님들
같은 카페에서 또 다른 글이 눈에 띄었다.
수발주 프로그램 보통 어디 거 사용하세요
수발주는 쉽게 말해 거래처에 재료를 주문하고(발주) 받는(수주) 걸 관리하는 일이다. 규모가 있는 프랜차이즈는 본사 시스템이나 비싼 ERP를 쓰지만, 개인 매장 사장님들은 여전히 전화나 카카오톡으로 거래처에 일일이 주문을 넣고, 뭘 얼마나 시켰는지 메모장이나 기억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재고가 떨어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주문하고, 거래처별로 단가가 다른 것도 헷갈리고, 지난달에 뭘 얼마에 샀는지 찾으려면 카톡 대화를 한참 뒤져야 한다.
아이템 2. 소상공인용 초간편 발주·재고관리 앱
여기서 중요한 건 거창한 공급망 플랫폼을 만들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여러 업체를 입점시키고 매칭해주는 마켓플레이스는 개인 개발자가 혼자 굴리기 어렵다. 대신 사장님 한 명이 자기 거래처 정보를 직접 등록해두고 쓰는 개인용 관리 도구를 만드는 거다.
- 거래처별 자주 시키는 품목과 단가를 미리 등록해두고, 버튼 몇 번으로 발주서 생성
- 발주서를 문자나 카카오톡 형식으로 바로 공유할 수 있게 텍스트 자동 생성
- 품목별 재고 임계치를 설정해두면 "이거 곧 떨어져요" 알림
- 월별 발주 이력을 자동으로 쌓아서 지출 추이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시보드
이 역시 특정 업종의 전문 자격이 필요 없다. 데이터베이스에 거래처·품목·단가를 저장하고, 알림 로직을 붙이고, 텍스트를 자동 생성하는 정도의 기능이라 일반적인 CRUD 앱 개발 범위 안에 들어온다. 오픈뱅킹이나 카드사 제휴 같은 복잡한 외부 연동도 필요 없다. 수익모델은 매장당 월 구독료를 받거나, 거래처 수·발주 건수 기준으로 요금제를 나누는 방식이 자연스럽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아이템 1의 원가 계산기와 묶어서 "원가+발주 통합 관리"로 업셀링할 수도 있다.
두 아이템이 사실은 한 몸이다
재밌는 건 이 두 글이 결국 같은 문제의 다른 얼굴이라는 점이다. 원가율이 왜 높아지는지 모르는 것도, 뭘 얼마나 시켜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것도 결국 "숫자를 눈으로 보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소상공인 상당수가 여전히 감과 메모장으로 매장을 운영한다. 이 틈을 메우는 도구는 화려한 기능이 필요 없다. 입력은 쉽고, 결과는 한눈에 보이고, 값싸게 쓸 수 있으면 된다. 그게 오히려 개인 개발자에게는 기회다. 큰 자본이나 전문 지식 없이도, 사장님들이 매일 겪는 이 작은 불편 하나를 깔끔하게 풀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이니까.
둘 중 하나라도 "이건 나도 주말 동안 프로토타입 정도는 만들어볼 수 있겠는데" 싶다면, 그 감이 맞다. 근처 자영업자 카페나 커뮤니티에 가서 비슷한 하소연을 몇 개만 더 찾아봐도 수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금방 확인된다.